개인회생 개시결정문을 2021년 7월에 통보받고 해당 문서에 3개월 후인 10월에 채권자집회 날짜가 적혀있었습니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이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집회일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문서를 전달하며 사무장님은 집회에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제가 약간 두려웠던 것은 이름 그대로 채권자집회이기 때문에 혹시나 채권자들이 와서 내 돈 내놓으라고 하거나 대부업체에서 조폭들이 나와서 협박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었죠. 그럴지라도 순리대로 해쳐 나가리라 마음을 다지며 열심히 회사를 다니며 6월치부터 10월치까지 총 다섯 달 치의 회생변제금을 마련하며 지냈습니다.
그리고 9월에 새 회사로 옮기고 한 달이 조금 못되어서 드디어 채권자집회일이 잡힌 10월이 되었습니다. 저는 오전 반차를 쓰고 약속된 장소로 갔습니다. 갔다가 바로 출근을 하려던 참이라 차를 가지고 갔는데 주차할 공간이 없었습니다. 채권자집회에 참석하러 오신 분들이 많은것인지 안에는 이미 차로 가득차서 근처를 돌다가 얼마 안걸리겠거니 생각하고 인근의 거주자 우선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집회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정해진 시간보다 몇 분 일찍 갔음에도 이미 안에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들어온 순서대로 자리를 배치해주더군요. 안내인의 안내에 따라 저는 맨 뒤에 앉았습니다. 확약서라는 종이를 함께 주었습니다. 여기에는 사건번호 이름 전화번호 등을 적게 되어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적고 신분증과 함께 들고 앉아 있었습니다. 우려하시는 분들도 계셨겠지만 집회명 처럼 채권자들이 오는 것이 아닌 채무자들만 오는 집회였습니다.
잠시 후 회생위원이 나와서 잠시 이런 저런 설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먼저 온 순으로 신분증 확인 및 확약서 제출을 하고 회생위원이 변제금을 입금했는지 안했는지를 확인합니다. 대부분은 입금을 하셨는데 입금을 안한 분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입금이 안되면 회생이 폐지될 수 있으니 속히 입금을 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집회 전날 다섯 달 치인 600여만원을 입금하고 갔었는데 반영이 안되었는지 입금을 안했다고 하여 어제 입금했다고 하니 그냥 넘어가더라고요.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은 심각한 이야기도 하고는 했습니다. 채권자들의 불만이 크다며 될지 안될지 모르겠다고 직접적으로 말씀하시더군요. 회생위원께서 하는 이야기를 대략 들어보니 아들이 사고를 친 것 같은데 어머니가 개인회생을 신청한 것 같았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대략 한 시간 정도 있다가 나오니 차 앞유리에는 주차위반 딱지가 올려져 있더군요. 가뜩이나 돈이 없는데 이렇게 또 헛돈이 나가는구나 불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집회까지 잘 끝냈다는 안도감, 홀가분한 기분이 더 컸습니다. 채권자집회를 가서 인상깊었던 점은 개인회생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20대는 물론 나이 든 사람들까지 정말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단 하루의 한 곳에서의 집회였음에도 이렇게나 사람이 많은데 전국적으로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이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있는지 가늠이 잘 안되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죄인인냥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정해진 법에 따라 법률행위를 하고 있는듯 보여서 저 역시 실수는 실수이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서 재기하면 되겠다는 마음가짐도 함께 가지고 왔던 채권자집회였습니다.
살다보면 이런일 저런일 다 있게 마련입니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개인회생이라는 제도를 이용하게 될 수도 있는거죠. 아무리 좋은 사업이 있더라도 아무리 잘 만든 상품이 있더라도 때가 안맞았을 수도 있겠죠. 한 번 실패했다고 일어설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 보다는 흔히 하지 못하는 이러한 경험도 해보면서 배울점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전보다 더 겸손해지려고 하고, 편하게만 살려고 했던 자세를 내가 좀 더 힘들면 타인이 편하다는 마음가짐으로 고쳐먹게 되었기에 오히려 나에게 필요했던 것이기에 이러한 것 역시 주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만큼이나마 가정을 일구며 살 수 있게 되었으니 고마운 마음입니다. 다음에는 인가결정과 대부업체 관련 추가 내용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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